종교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불안은 일상적인 감정이다. 불안이 일상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안과 불편을 명확히 구별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 게다가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불안은 확실히 일상적인 감정이다. 어떤 이들은 대상이 모호할 때는 불안, 대상이 명확할 때는 두려움이나 공포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구분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에 두려움이나 공포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신장애의 진단 기준인 DSM-5에서는 단순 공포증, 사회 공포증, 광장 공포증, 공황 장애, 일반화된 불안장애, 분리 불안 장애, 선택적 무언증을 불안장애의 하위 범주에 넣고 있다.

단순 공포증은 특정 공포증이라고도 한다.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노출되었을 임상적으로 심각한 불안을 경험하며, 회피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공포증은 대상에 따라 동물형, 자연환경형, 혈액-주사-손상형, 상황형, 기타형으로 구분된다. 비둘기나 , , 거미,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동물형이다. 강이나 바다, 또는 산을 무서워하면 자연환경형, 상처나 , 그리고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혈액-주사-손상형이다. 폐소 공포증이나 고소 공포증 등은 상황형이며,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면 기타형이다.

사회 불안 장애라고도 하는 사회 공포증은 대인 기피증이나 대인 공포증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는 발표 상황은 물론, 단지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만 해도 크게 불안을 느낀다. 정도가 단지 내향적 성격으로는 설명할 없으며,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해야 사회 불안 장애로 진단을 내릴 있다.

광장 공포증은 운동장처럼 넓은 장소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단지 넓은 장소를 무서워한다면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말하는 광장은 아고라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민회나 재판, 상업, 사교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공장소를 의미한다. 결국 광장 공포증이란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위험에 처해 있을 개인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없는 공공장소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광장 공포증의 주요한 원인은 공화 장애다. 공황 장애란 심장이 빨리 뛰고 몸이 떨리며 숨이 가빠지거나 질식당할 같기도 하고, 토할 같은 느낌이나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오한이나 감각 이상,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 등의 신체적인 증상과 스스로에 대한 이질감이나 세상과 동떨어진 같은 느낌,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 상실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이내에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런 공황 발작을 경험하면 보통 1개월 이내에 추가 발작에 대해 걱정하며, 결국 혼자서는 외출을 꺼리는 광장 공포증이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친구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면 외출이 가능하기도 하며, 혼자 외출할 때는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화된 불안 장애는 범불안 장애라고도 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한 불안이나 근심, 걱정이 특징이다. 버스를 타면 사고가 같아 불안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을 싫어할 같아 불안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면 병이 날까 불안하고, 동물을 보면 자신을 해칠까 불안해하는 매사에 과도한 불안을 느낀다. 이처럼 어떤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공중에 떠나는 듯한 불안을 유동 불안이라고 한다.

분리 불안 장애는 양육자나 애착 대상과 떨어지는 , 그리고 집을 떠는 것에 대해서 심한 불안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어린 아이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러나 분리 불안 장애의 경우 분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어쩔 없이 떨어져 있게 되면 자꾸 전화를 걸어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특히 학령기 아동들에게서는 등교 거부로 나타난다.

선택적 무언증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데 학교에서는 한다거나, 친구들과는 말을 하다가도 어른들의 질문에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입을 다무는 원인은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게 불안을 느끼기 떄문이다. 종종 수줍음이 많다거나 버릇이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불안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정신 분석에서는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불안을 신경증적 불안이라고 한다. 신경증적 불안은 성이나 공격성의 추동으로 가득 무의식 혹은 원초아가 현실화하려고 자아가 느끼는 불안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없는 욕구들이기 떄문에 자아는 이러한 불안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온갖 정신장애를 만들어낸다. 일례로 불안을 특정 대상에 투사하면 특정 공포증이 된다.

신경증적 불안은 종종 도덕적 불안과 연관이 있다. 도덕적 불안이란 사회적인 규범을 위반했을 느끼는 불안이다. 신경증적 불안이 원초아로 인해 발생한다며, 도덕적 불안은 초자아 때문에 발생한다. 외에도 현실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인 현실 불안이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나 사고를 당할 뻔했을 때처럼 현실적인 이유로 느끼는 불안이다.

철학의 분파이면서 심리치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실존주의는 신경증적 불안 이외에 삶과 죽음, 고립, 의미, 자유와 같은 실존 때문에 발생하는 실존적 불안을 가정했다. 인간은 살아있는 누구나 불안을 느끼는 존재라고 본다. 신경증적 불안이 정신장애로 연결되는 부정적인 불안이라면, 실존적 불안은 경우에 따라 긍정적으로 사용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불안이란 살아 있는 떨쳐버릴 없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불안을 없애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해지고, 문제와 사건이 커진다. 불안을 실존과 없음을 인정하고, 불안을 견디는 힘을 키워 에너지와 창의성의 원천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본래 사람은 너무 편안하고 즐거우면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많은 예술가는 불안할 작품을 만들고, 학생들은 불안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 물론 불안을 견디는 힘이 적다면 예술가의 작품은 빈약하고, 학생의 성적은 향상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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